[뉴스앤조이-최유리·최승현 기자]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전명구 감독회장)가 주요 교단 중 최초로 세습방지법을 제정했는데도, 법 제정 이후 교회 세습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리회 목회자들로 구성된 '감리회세습반대운동연대'(감세반연)가 10월 20일 최초 공개한 감리회 세습 리스트를 보면, 지금까지 142개 교회(10월 26일 기준)가 가족에게 담임목사 자리를 넘겨줬다.

세습을 위해 동원된 교회는 208개에 달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세습 관련 임면 공고는 74건으로, 세습방지법 제정 이전에 해당하는 2008~2012년(62건)보다 증가했다. 2008년 이전 세습 데이터는 71건으로 나타났다.

감리회 안에서 세습한 교회는,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공동대표 김동호·백종국·오세택)가 전국 데이터를 취합한 세습 교회(120여 건)보다도 많다. <뉴스앤조이>는 감세반연 데이터를 토대로 현재 이들의 담임목사직 유지 여부, 교회 규모, 세습 방법, 위치 등을 정리해 '감리회 세습 지도'를 제작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담임목사직을 그대로 넘기는 전통적 의미의 '부자 세습'이 67건으로 가장 많았다. 인천 숭의교회(이선목 목사)는 3대에 걸쳐 담임목사직을 승계했다. 사위에게 교회를 물려준 경우(11개)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 방법은 2012년 '세습방지법' 제정 이후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려웠다.

교차 세습이 뒤를 이었다. 35개 교회가 이 방법을 사용했다. 교차 세습이란, A교회 목사의 아들을 B교회 담임자로 보내고, B교회 담임자를 A교회 담임자로 데려오는 방식을 말한다. 조금 복잡하게 이뤄지기도 한다. A교회 목사의 아들을 C교회 담임자로 보내고, C교회 담임자는 B교회 담임자로, B교회 담임자는 A교회 담임자로 데려오는 '삼각 교차' 방식도 있다.

A교회와 B교회에 서로의 아들(사위)을 보내는 쌍방 교차, 혹은 부자간 교회를 맞바꾸는 부자간 교환 등의 방식도 있다. 청주하늘문교회(구 흰돌교회)와 충주 평안교회의 경우, 2015년 각자 교회에 아들을 담임목사로 보냈다. 이후 두 교회는 다시 담임자를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세습을 감행했다.

'징검다리 세습'도 있다. 서울 임마누엘교회(김정국 목사)가 대표적이다. "부모와 연속해서 담임목사직을 할 수 없다"는 세습방지법을 피해, 서류상 1~2개월짜리 담임자를 세웠다가 아들에게 자리를 물려줬다.

감리회는 징검다리 세습을 방지하기 위해 2016년 "부모가 담임자로 있는 교회는 10년간 부임할 수 없다"는 징검다리세습방지법도 가결한 바 있다. 그런데 헌법이 개정되기 직전까지 총 8개 교회가 세습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습은 주로 수도권 지역 규모가 있는 교회 위주로 진행됐다. 시골 교회의 세습은 많지 않았다.

세습은 주로 수도권 지역 중·대형 교회에서 이뤄졌다. 전·현직 감독 36명이 아들 또는 사위에게 교회를 세습했다. 전직 감독회장 6명, 감독 30명이 아들 또는 사위에게 교회를 세습했다. '삼도 형제'로 유명한 김선도 전 감독회장(광림교회), 김홍도 전 감독회장(금란교회), 김국도 목사(임마누엘교회)를 비롯해, 표용은·곽전태·이유식 전 감독회장 등도 교회를 세습했다.

연회별로 구분했을 때, 인천·고양·부천을 관할하는 중부연회에서 세습이 가장 많이 이뤄졌다. 47개 교회가 세습했다. 경기 남부(수원·용인·안산·안양·평택 등) 지역을 관할하는 경기연회는 39건, 한강 이남 지역을 관할하는 서울남연회는 25건의 세습을 기록했다. 전체 감리교회 세습 비율 중 62%가 수도권 교회였다.

세습방지법을 피해 지교회를 세우거나, 교회를 통합하는 방식으로 세습을 하기도 한다. 전명구 감독회장은 검단 신도시에 지교회(검단대은교회)를 세웠고, 자신의 아들을 검단대은교회 담임목사로 앉혔다. 이규학 전 감독도 인천 신도시에 자신이 담임하는 교회와 이름이 같은 인천제일교회를 세우고, 아들을 담임목사로 보냈다. 영복비전교회처럼 교회를 통합하거나 합병하는 방식으로 세습한 곳도 있다.

감리회는 2012년 세습방지법, 2015년 징검다리세습 방지법 제정에 이어 2017년에는 통합과 지교회 세습까지 막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단, 연간 3,500만 원 미만으로 결산하는 미자립 교회는 예외로 하기로 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감세반연은 교회 규모나 교회 상황에 관계없이 담임목사 자리를 친족에게 넘겼다면 세습으로 보고 자료를 정리했다고 밝혔다. 모든 제보는 복수로 확인한 후 감리회 홈페이지 등에 기록된 임면 공고를 파악해 정리했다고 밝혔다.

<뉴스앤조이>는 이 데이터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자체 기준에 맞게 정리했다. 또한, 보조 지표로 교회 규모를 가늠할 수 있도록 부교역자(부목사·수련목회자 수 기준. 기관목사·선교사·교육전도사는 제외) 수를 기재했다. 자리를 이어받았지만 사임·이임·은퇴 등으로 담임목사 자리를 떠난 이들은 전체 30% 정도인데, 이들도 별도로 표기했다.

이번 데이터를 정리하며 <뉴스앤조이>는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간 목회자 중 추가 확인이 필요한 20여 명에게 확인 전화를 걸었다. 대부분 "세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것을 왜 물어보느냐"고 말했다.

세습을 부인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세습이라면 (재정적) 이득을 봐야 하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 이도 있었다. 한 목사는 "작은아버지가 치매에 걸리셨는데 그 교회는 교인이 없는 곳이다. 폐교하면 은급비도 못 받게 되는데 그러면 그분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내가 후임자로 가게 되었다"고 말했다.

감리회는 10월 26일 열린 입법의회에서 지교회 개척, 교회 합병·통합 방식으로 세습하는 것도 금지했다. 단 "총회실행부위원회에서 정한 미자립 교회는 예외로 한다"고 했다. 교단은 연간 결산 3,500만 원 미만의 교회를 미자립 교회로 지정하고 있다.

<뉴스앤조이>는 세습 교회에 대한 추가 제보를 받고 있다. 접수된 데이터는 사실 여부를 확인해 주기적으로 세습 지도에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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