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나라를 북한에 갖다 바친다", "사랑제일교회 확진은 바이러스 테러다" 등 허위 주장을 지속적으로 전파하는 전광훈 목사. 일부 교계 언론은 그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하며 방역 체계를 위협했다. 2019년 6월 전 목사가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하는 모습. 뉴스앤조이 이은혜 
"문재인 정부가 나라를 북한에 갖다 바친다", "사랑제일교회 확진은 바이러스 테러다" 등 허위 주장을 지속적으로 전파하는 전광훈 목사. 일부 교계 언론은 그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하며 방역 체계를 위협했다. 2019년 6월 전 목사가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하는 모습. 뉴스앤조이 이은혜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감염병 상황에서는 언론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방역에 도움이 되도록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의무가 있다. 왜 감염됐는지, 어떻게 하면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지 국민에게 잘 설명해 줘야 한다. 코로나19 상황을 정파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이 있다 해도 여기에 휘둘리면 안 된다.

이번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개신교 신뢰도는 추락하고 있다. 여기에는 교계 언론 책임도 크다. 몇몇 언론은 감염병을 정치 이슈화해 온갖 음모론을 퍼뜨린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의 메시지가 타당한 주장인 것처럼 포장해 교인들이 거리로 나오도록 조장했다. 이들의 보도 행태에서 팩트 체크와 같은 언론의 기본 소양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사실상 방역을 적극 방해한 셈인데도 그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않는다. 전광훈 목사와 그에게 동조한 개신교인들은 마땅한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으나, 그의 나팔수가 됐던 언론들은 오히려 영향력과 수익을 챙겼다. <뉴스앤조이>는 8월 광복절 집회를 전후해 전 목사를 대변한 교계 언론 보도를 짚어 봤다.

장재형 유관 언론들, 전광훈 대변인처럼 보도
극우 인사들 '교회 탄압' 프레임 증폭시켜
한 달 새 유튜브 구독자 2~3만 증가
<크리스천투데이>는 '8·15 국민대회 다 가서 기도하자!' 등 집회에 참석하라고 노골적으로 선동하는 영상도 다수 제작해 업로드했다. 유튜브 갈무리
<크리스천투데이>는 '8·15 국민대회 다 가서 기도하자!' 등 집회에 참석하라고 노골적으로 선동하는 영상도 다수 제작해 업로드했다. 유튜브 갈무리

이번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전광훈 목사를 가장 충실히 대변한 매체는 단연 <크리스천투데이>와 <기독일보>다. 두 매체 모두 재림주 의혹을 받는 장재형이 설립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올해 초 <크리스천투데이> 편집국장 김진영 씨가 <기독일보>로 옮기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크리스천투데이>는 장재형을 지속적으로 비호해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이 '이단 옹호 언론'으로 지정한 상태다.

이들은 기사보다 영상을 주로 활용했다. 7월 30일부터 9월 9일까지 <크리스천투데이>는 유튜브에 극우 인사 관련 영상을 50편 올렸고, <기독일보>는 32편을 올렸다. 하루에 1~2편씩 영상을 게재한 셈이다. 이들은 현장 집회나 인터뷰를 라이브로 생중계하고, 이를 다시 편집해 여러 클립으로 나누어 게시했다.

8월 초에는 광복절 집회를 주최하는 전광훈 목사를 인터뷰하고, 이를 '[전광훈 목사 인터뷰①] '영락·순복음·온누리·새문안·소망교회 장로들, 8·15 대회 앞장 결의!''(8월 2일) 등 여러 편으로 나누어 올렸다. '[Live] 8.15 준비 집회, 애국 성도들이 다시 일어난다'(8월 8일)는 영상이나, 김진홍 목사(동두천두레교회) 인터뷰 '[김진홍 목사 대담①] 전광훈 목사와 8·15 국민대회에 조언과 격려(8월 13일)' 등 더욱 노골적으로 광화문 집회 참석을 선동하는 영상도 있었다.

<기독일보>도 광화문 집회 상황을 우호적으로 현장 중계했다. 집회 다음 날인 8월 16일 '광화문에 울려 퍼진 평신도의 간절한 기도와 찬양…8·15 집회에서 기독교인들이 진정으로 원했던 것', '문재인 대통령의 하야 다시 요구한 전광훈 목사의 광복절 8·15 국민대회 연설 '우한 바이러스로 사랑제일교회 테러해'' 등에서 전 목사 주장을 검증 없이 그대로 보도했다.

광화문 집회 이후 교회들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정부가 수도권 지역 교회에 '비대면 예배' 조치를 내리자, 이 매체들은 이번에는 '종교 탄압' 프레임을 주장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충실히 보도했다. 집회 이후 <크리스천투데이>와 <기독일보>가 게시한 영상 제목들을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크리스천투데이>
광복절 집회 후 '음성' 심하보 목사, 대면 예배 금지에 '분노'(전화 인터뷰①) - 8월 19일
심하보 목사, 대면 예배 금지 관련 대형 교회들에 호소(전화 인터뷰②) - 8월 21일
[Live] '광화문 집회 참석자 수난시대' 대전 송촌장로교회 박경배 목사 인터뷰 - 8월 25일
[Live]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 긴급 기자회견 예배는 목숨과 같습니다 - 8월 26일
[Live] 염안섭 원장 인터뷰-현 코로나 재확산이 이태원 사태 때문이라는 의학적 근거 - 8월 26일

<기독일보>
[긴급 대담] "예배는 드려야, 예배 금지 명령 수용 못 해" 정부의 예배 전면 금지에 대한 한국교회의 입장(한교연 권태진 대표회장 인터뷰) - 8월 19일
코로나 잠복기는 평균 5.2~14일…815 집회 확진자는 집회 바로 후에 나올 수 없습니다(안희환 목사) - 8월 20일
코로나 방역 실패, 한국교회 탄압 문재인 대통령 규탄 긴급 기자회견 - 8월 21일
"정세균 총리가 교회 예배는 금지하고 카페는 놔두는 이유, 유럽에선 휴가자들에게 검사받으라는데 한국 정부는 안 그런 이유(815 집회에 뒤집어씌우기)" (안희환 목사) - 8월 21일
신광준 한교연 공동회장 "한교연은 기도하는 모세, 한기총과 전광훈 목사는 싸우는 여호수아, 한교총의 역할은 무엇인가?" - 8월 23일
주연종 목사(사랑의교회 부목사) "교회 대면 예배 금지, 부당하고 불공정하고 불순하고 편향돼…우스꽝스럽고 수준 낮은 방역 대책" - 8월 24일

<기독일보> 역시 '광화문에 울려 퍼진 평신도의 간절한 기도와 찬양' 등 방역 체계에 위협을 가한 광복절 집회를 우호적으로 현장 중계하고, 전 목사 주장을 검증 없이 그대로 보도하며 구독자와 조회 수를 늘려 나갔다. 유튜브 갈무리 
<기독일보> 역시 '광화문에 울려 퍼진 평신도의 간절한 기도와 찬양' 등 방역 체계에 위협을 가한 광복절 집회를 우호적으로 현장 중계하고, 전 목사 주장을 검증 없이 그대로 보도하며 구독자와 조회 수를 늘려 나갔다. 유튜브 갈무리 

특히 <크리스천투데이>는 이번 코로나19 유행에서 검출된 바이러스 유형이 GH형이고, 이는 이태원 클럽발 유행 당시의 바이러스 유형과 같다면서 "이번 사태는 이태원 클럽 때문이다"라는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그대로 보도했다. 이는 반동성애 음모론을 유포해 온 염안섭 원장(수동연세요양병원) 주장이다. 염 원장은 "한국에 최초로 들어온 유럽발 GH 감염자가 동성애자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가 관광 코스로 이태원 클럽에 왔다가 동성 성 접촉을 하고 클럽을 중심으로 퍼졌을 것"이라고 근거 없이 추측했다.

극우 스피커를 대변하고 혐오를 조장하며 방역을 방해하는 메시지를 전파하면서, 두 매체 유튜브 구독자 수는 훌쩍 늘었다. 최근 30일간 유튜브 구독자 수를 수집해 제공하는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기독일보> 구독자는 8월 10일 10만 8000명에서 9월 9일 13만 8000명으로 한 달간 3만 명(27%) 증가했다. <크리스천투데이>는 같은 기간 3만 4000명에서 5만 8500명으로 2만 4500명(72%) 증가했다.

조회 수 수십만을 기록하며 높은 관심을 모은 콘텐츠들도 있다. 전광훈 목사 확진 판정 이후 <크리스천투데이>는 전 목사와의 통화 녹음을 영상으로 제작해 올렸는데, 이 영상은 조회 수 48만을 기록했다. '전광훈 목사가 애국 성도들한테 전하는 말'이라는 전 목사 인터뷰 영상은 22만을 기록했다. <기독일보> 역시 안희환 목사가 나온 "문재인 대통령님, 교회를 용서할 수 없다고요?" 영상과 "코로나 잠복기는 평균 5.2~14일…815 집회 확진자는 집회 바로 후에 나올 수 없습니다"라는 영상이 각각 23만, 13만 회를 기록했다.

<국민일보>, 광복절 집회 하루 앞두고
'전국 버스 시간표' 광고 게재
평소에도 전광훈 홍보 광고 자주 실어
<국민일보> 논조는 전광훈 목사 행동에 거리를 두지만, 여러 차례 전 목사 주장이 그대로 담긴 광고를 여러 차례 내보내 줬다. 왼쪽부터 2020년 5월 4일, 5월 22일, 6월 1일 그리고 8월 14일 자 광고.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국민일보> 논조는 전광훈 목사 행동에 거리를 두지만, 여러 차례 전 목사 주장이 그대로 담긴 광고를 여러 차례 내보내 줬다. 왼쪽부터 2020년 5월 4일, 5월 22일, 6월 1일 그리고 8월 14일 자 광고.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국민일보>도 전광훈 목사를 홍보해 줬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민일보>는 9월 4일 자 '방역 사기극이라는 전광훈의 궤변'이라는 사설에서 "코로나19를 조기에 극복하려면 국민 개개인이 최일선에 있다는 생각으로 방역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며 전 목사와 거리를 두고 있지만, 그간 전 목사 광고를 여과 없이 게재해 주며 홍보에 기여해 왔다.

<국민일보>는 전 목사의 청교도영성훈련원 세미나를 비롯해 기독자유당 심포지엄, 세계 기독청 건립 등 전 목사의 동정과 주장이 실린 광고를 그대로 지면에 내줬다. 지난해 10월 '한국교회여 일어나라' 집회 안내 광고, 11월 13일 서울·경기 지역 목회자 비상 구국 기도회, 올해 2월 13일 삼일절 국민대회 준비 대회 행사, 5월 18일 청교도 말씀 학교, 6월 8일 전 목사의 종교개혁을 위한 신학 특강 등 수십 건에 달한다.

무엇보다 문제는 광복절 집회 하루 전, 신문 맨 뒷면에 실어 준 '8·15는 문재인 탄핵의 날'이라는 광고다. 광고를 내건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는 전광훈 목사를 고문으로 두고 있으며, 본거지가 사랑제일교회 3층으로 등록된 단체다. 8월 12일부터 사랑제일교회발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해 서울시에서도 집회를 금지하는 등 긴장감이 높아지던 시기였다. 광고 내용은 전국에서 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역 담당자들 연락처를 공지한 시간표였다. 사실상 집회 참석을 조장하는 광고다.

<뉴스앤조이> 취재 결과, 이 광고에 이름을 올린 인솔 담당자 중 상당수가 목회자였으며 광화문 집회 참석 후 확진 판정을 받은 목사도 있었다. 또 이들 중 일부는 집회 참석 사실을 숨기기 위해 명단을 은폐하거나 행정명령을 거부해 경찰에 고발당하기도 했다.

<국민일보>는 광화문 집회 후에도 8월 28일, 비대면 예배 조치를 거부한다는 경기도기독교총연합회(경기총·김수읍 대표회장) 성명서 광고를 싣기도 했다. 경기총은 성명서에서, 개신교 예배만 금지하는 것은 종교 차별이며 9월부터 전통 예배 형태로 돌아가 대면 예배를 강행하겠다고 했다.

이미 <국민일보>는 5월에도 성소수자 혐오를 조장하는 보도로 방역을 방해했다고 지탄받은 바 있다. 기사에 코로나19 감염 원인과 상관없는 '게이 클럽', '찜방' 등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는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 경우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을 밝히지 않는다"는 한국기자협회 인권 보도 준칙에 어긋나는 행위다. 당시 보도로 <국민일보> 노조와 시민단체 등 내·외부에서 불필요한 정보를 내세워 방역에 혼란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복음적·선지자적? 일반 상식에도 못 미쳐
치우치지 않기는커녕 극우적 메시지 판쳐

<크리스천투데이>는 "좌로나 우로, 보수와 진보로 치우치지 않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시는 말씀을 복음적인 시각과 선지자적 음성으로 전하겠다"는 미션을 내걸고 있다. <기독일보>는 아예 자사 보도 준칙에 "보도·편집은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 특정한 세력이나 집단을 위해 치우쳐서는 안 되며 지역과 성별, 나이, 종교, 인종 등에 근거한 차별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국민일보>는 "복음을 실은 국내 유일의 종합 일간지"를 자처하며 "1200만 기독교인을 대변하고, 일용할 영의 양식을 공급하여 기독교인의 신앙 성장을 도모한다"는 목적을 지니고 있다고 소개한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재확산 국면에서 이들의 보도는 '복음적'·'선지자적'이기는커녕 사회 일반 상식에도 미치지 못했다. 치우치지 않기는커녕 극우적 메시지를 한껏 증폭해 여론을 선동했다. 한국기자협회가 2월 21일 발표한 코로나19 보도 준칙을 보면 "유튜브 등을 통해 급속히 퍼지고 있는 코로나19와 관련한 허위 조작 정보의 재인용 보도 및 방송 또는 인권침해 및 사회적 혐오·불안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자극적 보도 및 방송을 자제하고, 이를 요구하는 지시가 이뤄지지 않도록 해 달라"고 나온다.

정부 방역 조치에 대해 얼마든지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언론은 그런 주장이 합리적인지 검증할 책임이 있다. 현장 중계 또는 광고라는 이유로 허위 주장, 혐오 표현을 여과 없이 게재하고 방영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방역을 방해하는 행위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매체는 '기독교'도 아니고 '언론'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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