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천호동 동선교회를 담임하는 박재열 목사가 6월 27일 아들 박지훈 목사에게 교회를 세습했다. 네이버 지도 갈무리
서울 강동구 천호동 동선교회를 담임하는 박재열 목사가 6월 27일 아들 박지훈 목사에게 교회를 세습했다. 네이버 지도 갈무리

[뉴스앤조이- 나수진 기자] '작은 교회 살리기 운동'에 앞장서고, 교단 총회장 등을 역임한 박재열 목사(72)도 자식에게 교회를 물려줬다.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대신(예장백석대신·양일호 총회장) 소속 동선교회는 6월 27일 저녁 예배에서 박재열 목사의 아들 박지훈 목사를 2대 담임목사로 청빙했다고 발표했다. 아버지 박 목사는 원로로 추대됐다.

이날 동선교회는 공동의회에 제2대 담임목사 청빙 건과 원로목사 추대 건을 올려 동시에 투표를 진행했다. 제2대 담임목사 청빙 건은 70%(찬성 411표, 반대 178표), 원로목사 추대 건은 88%(찬성 516표, 반대 73표)로 모두 가결됐다.

결과 보고에 나선 동선교회 선관위원장 이 아무개 장로는 "혹여 가족·성도·중직이라고 하더라도 투표에는 이쪽이 있고 저쪽이 있기 마련이다. 마음이 다르더라도 하나님께서 우리 성도들의 기도와 눈물과 투표라는 방식을 통해 선한 열매로 결정해 주셨다. 우리 모두가 100퍼센트 순종하고 성숙한 모습으로 겸허히 교회를 섬겨 나갈 줄 믿는다"고 말했다.

박재열 목사는 1982년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동선교회를 개척했다. 동선교회는 현재 수천 명이 다니는 대형 교회로 성장했다. 박 목사는 예장백석대신 제45대 총회장을 지냈으며, 외부 사역도 활발히 해 왔다. 개척 초기부터 농어촌 교회를 지원했고, 2002년에는 한국작은교회살리기운동본부를 만들어 미자립 교회 지원 사역도 했다.

과거 박재열 목사는 목회지 대물림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박 목사는 2007년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 정도 크기의 교회를 목회하면 1년에 1억 원 정도 모으기는 쉽다. 나도 마음만 먹으면 많은 돈을 모을 수 있고, 자식들에게도 물려줄 수 있다. 그렇지만 그건 목회 생명을 죽이고 자식의 영혼도 파괴하는 행위다. 목회자의 욕심 때문에 추하게 싸우는 교회가 좀 많나. 목회자가 먼저 빛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말했고 지금까지 실천하고 있다. 그리고 교인들에게도 재산 대신 신앙을 물려주라고 가르친다"고 했다.

하지만 박재열 목사는 2018년 미국 교회에서 사역하던 아들 박 목사를 동선교회 기획 및 청년 담당 목사로 데려오며 사실상 세습 절차를 밟아 왔다. 기자는 6월 29일 세습과 관련한 박 목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다. 기자가 신분을 밝히자마자 박 목사는 아무 설명 없이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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