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례교단 총회장을 지낸 서머나교회 배재인 목사도 부자 세습을 강행했다. 네이버 로드뷰 갈무리
침례교단 총회장을 지낸 서머나교회 배재인 목사도 부자 세습을 강행했다. 네이버 지도 거리뷰 갈무리

[뉴스앤조이-이용필 편집국장] 한국교회 안팎에서 친족 간 목회지 대물림을 비판하는 여론이 높지만, '교회 안정'을 이유로 세습을 밀어붙이는 교회가 계속 나오고 있다. 기독교한국침례회 총회장을 지낸 배재인 목사(서머나교회)도 아들 배지현 부목사를 '공동담임목사'로 세우고, 사실상 세습을 완료했다.

대전 지역 중대형 교회인 서머나교회는 3월 27일 일요일, 배지현 부목사를 공동담임목사로 청빙하는 안건을 표결에 부쳤다. 참석 교인 326명 중 찬성 184명, 반대 136명, 무효 6명으로 안건은 통과했다. 찬성 비율이 56.4%에 그쳤지만, 청빙을 주도한 목회협력위원회가 애당초 찬성표가 50% 이상일 경우 아들 목사를 청빙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세습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없었던 건 아니다. 서머나교회 일부 장로·집사 등은 세습 반대를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공청회를 시작으로 여론조사, 정관 개정, 후보자 공모, 최종 투표로 담임목사를 뽑자고 요청했다. 또한 장로·권사·안수집사 등 항존직을 선출할 때도 찬성표가 60% 이상 나와야 한다면서 담임목사 청빙도 그에 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머나교회 목회협력위원회는 자체 투표로 배지현 부목사를 공동담임목사로 추천하고, 찬성표 50% 이상 조건도 그대로 유지했다. 세습 반대 교인 측은 "목사님 아들은 단독 후보인 데다가 찬성표가 50%만 넘으면 청빙이 된다. 공정하지 않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배재인 목사는 사회적으로 교회 세습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다는 걸 알지만, 교회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배 목사는 3월 2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 아들이 4년간 교회 부목사로 있었다. 요즘 교회가 코로나19 때문에 못 모이고 어렵지 않나. 새로운 목사가 오면 (교회가) 흔들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부정투표를 한 것은 아니다. 목회협력위원회에서 한 번 했고, 전체 교인이 한 번 더 했다. 두 번이나 했다. 더는 할 이야기가 없다. 비판은 내가 받겠다"고 말했다.

세습을 반대해 온 서머나교회 한 집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세습으로 교회는 사유화될 것이고, 젊은 사역자는 좌절감을 안게 될 것이며, 교인들은 교회를 떠날 것이다. 우리 교회가 내린 이번 결정이 안타깝기만 하다. 나 역시 교회를 떠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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