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 중인 ㅂ교회에 교인으로 등록한 김 아무개 씨(사진 중앙 모자이크). 그는 평범한 교인이 아니었다. 이 아무개 담임목사(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 편에 서서 비대위에 맞섰다. 나중에 교단 목사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분쟁 중인 ㅂ교회에 교인으로 등록한 김 아무개 씨(사진 중앙 모자이크). 그는 평범한 교인이 아니었다. 이 아무개 담임목사(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 편에 서서 비대위에 맞섰다. 나중에 목사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이용필 편집국장] 장로 성추행담임목사 전횡 의혹으로 분쟁이 극으로 치닫던 지난해 5월 초. ㅂ교회에 처음 보는 50대 남성이 나타났다. 수십 년간 ㅂ교회를 다닌 교인들은 그의 출현에 의아해했다. 이 아무개 담임목사 측과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로 나뉘어 한창 반목하던 시기에 새 교인이 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 목사는 5월 16일 자 주보에 김 아무개 씨가 스스로 교회에 등록했다고 공지했다.

김 씨는 교회에 출석한 지 두 달도 안 돼 본색을 드러냈다. 이 목사 편에 서서, 장로 성추행과 담임목사 전횡 의혹을 제기하는 반대 교인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6월 13일 일요일, 한 교인이 이 목사에게 왜 교인들을 징계하고 좋아하는 사람만 장로에 앉히느냐고 항의했다. 이 목사는 아무 답변을 하지 않았다. 대신 옆에 있던 김 씨가 "법을 모르면 가만히 있으라"고 소리쳤다. 이를 지켜보던 몇몇 교인이 "당신은 교인이 아니지 않느냐", "교회 다닌 지 몇 주 됐느냐"고 항의하자, 김 씨는 "두 달 다녔고 여기 교인이다. 나도 자격이 있다"면서 "제명당한 사람이 뭘 (따지느냐)"고 말했다. 이 목사가 3월 말, 비대위 교인 9명을 불법적으로 제명·출교한 적 있는데 이를 비꼬며 한 말이다.

비대위 측은 김 씨가 온 뒤로 의문의 협박성 전화도 받았다고 했다. 비대위원장 권 아무개 장로는 작년 6월 21일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면서 <뉴스앤조이>에 통화 녹음 파일을 보내왔다. 통화 속 남성은 권 장로에게 "조사를 해 보니까 불법을 했던데 (당신) 아들 회사에 영상 보내도 되나? 감당할 수 있겠나? 장로라는 사람이 이런 식으로 하지 말라"고 한 뒤 전화를 끊었다. 권 장로는 연신 누구냐고 물었지만, 남성은 답변하지 않았다.

권 장로는 4월 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예배를 드릴 때 (이 목사 측과) 몸싸움을 한 적 있는데 그 장면을 찍은 영상을 말하는 거 같았다. 이걸 가지고 밑도 끝도 없이 협박하더라. 나중에 교인들과 녹음 파일을 같이 듣고 나서야 (통화 속 남성이) 김 씨인 걸 알았다"고 말했다.

권 장로는 자신보다 앞서, 윤 아무개 원로목사도 협박성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원로목사님이 퇴임할 때 교회에서 건물을 받았는데, 잘못하면 회수할 수 있다는 협박 전화를 받았다고 하더라. 그래서 '나한테도 비슷한 연락이 오겠구나' 예상했는데 실제로 전화가 와서 녹음까지 한 것이다. 경찰에 문의해 보니 두 통화 발신지는 서울남부터미널 공중전화로 나타났다"며 "교회에 나온 지 얼마 안 된 김 씨가 이런 내용들을 어떻게 알았을까 싶었다. 이 목사가 이야기해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 목사 그룹에서 '대표'로 통했다. 작년 6월 27일 이 목사는 자신을 지지하는 교인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 "(김○○) 대표님이 포천에서 영화 촬영 중에 있다고 한다. 늦게라도 오는데 혹 못 올 수도 있다"면서 "저들(비대위)이 현수막 걸고 포스터 붙일 때 그 사람 얼굴 나오게 동영상으로 찍으라고 하니 오늘 서둘러서 나와 달라"는 글을 올렸다.

김 씨는 반대 교인들이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게 '유도'해 달라고도 했다. 김 씨는 8월 14일 이 목사 측 단체 채팅방에 "들어와서 예배 방해 좀 하면 좋겠다. 몸이 근질 거려서"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이 목사가 "옛날 생각이 난다. 강대상 부여잡고"라고 답하자, 김 씨는 "좀 하게 유도 좀"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 목사는 가급적 김 씨의 시간에 맞춰 일정을 논의해 온 것으로 보인다. 이 목사는 8월 23일 단체 채팅방에 "김 대표님이 화요일 시간이 간당간당해서, 지금 교회로 오실 수 있는 분들만 오셔서 화요일에 나눌 이야기를 지금 하시자고 하니 교회로 와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김 씨, 연예기획사와 인터넷 신문 운영하는 목사
작년 9월 성추행으로 징역 8개월 법정 구속
이 목사 "김 씨에게 교회 대표 맡아 달라 했다"
김 씨는 작년 9월 성추행으로 법정 구속됐다. 재판부는 죄질이 나쁘다면서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판결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김 씨는 작년 9월 성추행으로 법정 구속됐다. 재판부는 죄질이 나쁘다면서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판결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비대위 소속 교인들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김 씨를 중심으로 이 목사 측이 기민하게 움직였다고 했다. 비대위는 대체 김 씨가 누구인지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과 교단을 통해 수소문했다. 그 결과 김 씨는 연예기획사와 인터넷 신문을 운영하고 있으며, 경기 안성에서 목회까지 한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대신 소속 '목사'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주보에 등록된 이름은 실명이 아니라 한 글자가 달랐다고 했다.

교단 목사가 신분을 속이고 분쟁 교회에 들어와 노골적으로 담임목사 편을 들며 진두지휘한 것에 비대위는 분노했다. 비대위는 강하게 항의할 예정이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어느 날부터 김 씨가 교회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했다.

비대위 김 아무개 집사는 "교인 협박하고 교회 분란 야기한 그 사람 어디 갔냐고 이 목사에게 물어봐도 일언반구도 없었다. 할 수 없이 우리가 직접 알아봤는데 성폭력으로 법정 구속이 됐더라. 너무 어이가 없었다. 이렇게 문제 있는 목사를 데려와서 우리랑 대치하게 만든 것 자체에 화가 났다"고 말했다.

실제 김 씨는 지난해 9월 3일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등으로 법정 구속됐다. 자신이 운영하는 연예기획사 남자 현장 실습생을 추행하고, 범죄 사실이 알려지자 피해자를 호스트바에서 성매매를 한 사람이라고 공격해 2차 가해까지 했다. 법원은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 피해자에게 용서받지 못한 사정까지 고려하면 실형(징역 8개월)의 선고는 불가피하다"고 선고했다.

김 씨가 법정 구속되자, 이 목사는 단체 채팅방에 메시지를 남겼다. "이 중요한 시기에 김 대표님이 잠시 어려움을 당하고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일지라도 주님의 일하심은 멈춤이 없다."

<뉴스앤조이>는 지난해 8월부터 ㅂ교회 분쟁을 취재해 왔는데, 이 과정에서 김 씨와도 한 차례 접촉할 수 있었다. 8월 29일 만난 김 씨는 자신을 목사가 아니라 '집사'로 소개했다. 어떻게 교회에 나오게 됐느냐는 질문에, 김 씨는 "원래 알던 사이고 지금 이 목사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분쟁 교회에 외부인이 들어와 대표를 맡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고 하자, 그는 "나도 교회 나온 지 꽤 됐다. (올해) 3월부터 나왔다. 법률 자문을 해 주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이 목사가 "내가 대표로 들어오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김 씨는 ㅂ교회 문제를 훤히 알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했다. ㄱ 장로 성추행은 교회와 관련이 없으며, 피해자가 누구인지도 모른다고 했다. 비대위 교인을 징계한 것은 저들이 먼저 협박했기 때문이며, 교단법에 따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작년 9월 1일, 재판국을 열지 않고 당회 결의로만 징계하는 등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본안판결 선고 시까지 당회 결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했다.

비대위 소속 교인들은 사실상 '행동대장'인 김 씨가 법정 구속된 뒤로 이 목사가 힘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김 씨 구속 이후 이전처럼 서로 물리력을 동원하는 마찰도 없다고 했다. 김 집사는 "우리가 이 목사에게 왜 신분을 숨기고 김 씨를 데려왔는지, 성 문제는 왜 감췄는지 물어봐도 묵묵부답이다. 이 목사는 성추행한 장로만 감싸는 게 아니라, 성추행한 목사도 감싸고 있으니 환장할 노릇이다"며 "얼마 뒤면 김 씨가 출소하는데 우리 교회에 또 나올지 모르겠다. 노회와 총회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교회를 지켜 내고 반드시 정상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이 목사에게 김 씨의 신분을 속인 이유가 무엇인지, 김 씨의 성범죄에 관한 입장을 묻기 위해 연락했으나, 그는 응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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