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통합 전국장로회연합회가 김하나 목사를 수련회 강사로 섭외해 논란이다. 2016년 42회 수련회에서 참가자들이 기도하고 있다. 사진 출처 전국장로회연합회 홈페이지 갈무리
예장통합 전국장로회연합회가 김하나 목사를 수련회 강사로 섭외해 논란이다. 2016년 42회 수련회에서 참가자들이 기도하고 있다. 사진 출처 전국장로회연합회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앤조이-이용필 편집국장]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류영모 총회장) 총회는 명성교회 부자 세습 문제로 수년간 내홍을 겪어 왔다. 불법 세습을 옹호하는 측과 세습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해마다 부딪혔다. 그러다 2019년 104회 총회에서 교단 헌법을 누그러뜨리며 조건부로 명성교회 세습을 인정해 주는 '수습안'이 통과됐고, 그렇게 명성교회 세습 사태는 흐지부지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올해 1월 26일 법원이 김하나 목사는 명성교회 담임목사가 아니라고 판결하면서 다시 세습 문제가 이슈가 됐다. 예장통합 5개 노회는 올해 9월 107회 정기총회를 앞두고, 명성교회 세습을 바로잡기 위해 104회 총회 수습안을 '철회'해 달라고 헌의한 상황이다. 반면, 세습금지법이 교단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헌법 28조 6항을 폐지해 달라는 헌의도 나왔다.

명성교회 부자 세습 문제에 다시 불이 붙는 상황에서 예장통합 장로들의 친목 단체인 전국장로회연합회(전장연·류재돈 회장) 수련회가 논란이 되고 있다. 전장연은 7월 6~8일 '주여! 화목하게 하소서'라는 주제로 경북 경주시에서 수련회를 개최한다. 매년 이 시기 수련회를 개최하는데, 코로나19 이전에는 평균 4000~5000명이 참석했다. 이번 수련회가 논란이 된 이유는 초청 강사 중 김하나 목사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전장연이 만든 수련회 포스터를 보면 김 목사는 '은혜의 시간 5'에 배정됐다.

예장통합 일각에서는 김하나 목사를 강사로 부른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정치적인 행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예장통합 소속 한 장로는 5월 2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명성교회 세습 문제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김하나 목사를 부른 것은 문제가 있다. 9월 총회를 앞두고 전장연이 명성교회에 힘을 실어 주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강사로 섭외한 것은 부적절하다. 안 그래도 이 문제와 관련해 뜻있는 장로들과 목소리를 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장로는 "우리 총회는 오랫동안 명성교회 세습 문제로 갈등이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전장연이 균형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세습 당사자를 불러 정치적 오해를 사고 있다"며 "전장연 수련회 참석자는 대부분 총회 총대라서 영향력도 크다. 수련회가 정치 개입의 장이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내부 비판에도 전장연은 김하나 목사 섭외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류재돈 회장은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 김하나 목사를 섭외했으며 정치적인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류 회장은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명성교회에 가서 몇 차례 김하나 목사님 새벽 설교를 들었다. 설교를 참 깔끔하게 하셔서 (강사로) 모신 것이다. (법원) 판결은 올해 1월 나오긴 했지만, 우리는 작년 12월 섭외를 완료했다. 김하나 목사님이 전장연 수련회에 와서 정치적 설교를 하실 분도 아니고, 내가 명성교회에 대한 이야기는 한 자도 못 하게 할 거다.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총회를 앞두고 김하나 목사가 전장연 수련회 강단에 서는 것 자체가 정치적 행위로 비칠 수 있다는 말에, 류 회장은 "우리는 교단의 공식 기구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친목 단체다. 수련회는 장로들이 친목하고 은혜받는 자리다. 너무 정치적으로 교단과 연결해 바라보지 말아 달라"고 했다. 또 "김하나 목사에게 큰 흠결이 있다면 모를까, 흠결이 없는 상황에서 (강사를) 바꾸는 건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류재돈 회장의 주장과 달리 예장통합 안에서 전장연을 단순한 친목 단체로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장로로서 총회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거쳐야 하는 관문으로 여겨진다. 실제 전장연 수련회에는 매년 부총회장을 비롯해 교단의 유력 목사들이 참석한다. 총회 비공식 기구이지만 전장연 1년 예산은 1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류재돈 회장은 예장통합 진주남노회(김충곤 노회장) 소속이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류 회장이 속한 진주남노회에서 세습급지법을 폐지해 달라고 헌의했다. 세습금지법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묻자, 류 회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구약 시대에는 제사장직을 자녀가 대물림했는데, 우리 총회는 법을 제정할 때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았다. 그날(2012년 98회 총회) 법안을 내고 그날 결정해 버렸다. 노회도 그렇게 논의·의결하지 않는다. 총회가 너무 성급했고 평신도로서 상당히 염려된다"고 말했다.

세습금지법을 어기고 교단을 탈퇴한 고만호 목사(여수은파교회)도 언급했다. 류 회장은 "고만호 목사님도 그게(세습이) 안 되니까 우리 교단을 나갔다. 서울의 중형 교회 목사님들 중에도 (세습금지법 때문에) 교단을 나가겠다고 하는 분들도 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우리가 한 번 더 심도 있게 이 법이 맞는지 점검하고 논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전장연 수련회에는 부총회장 이순창 목사(연신교회)를 비롯해 예장합동 총회장을 지낸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박진석 목사(포항 기쁨의교회), 전태식 목사(순복음서울진주초대교회), 이진형 목사(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등이 강사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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